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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돌로 동물을 때려잡아 먹던 시절 가장 먼저 알게 된 화학적 현상은 불에 의한 연소 현상이었습니다.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 인간은 자연에서 주도권을 잡기 시작하고 모여 앉아 구워 먹으며 원하는 것을 하나씩 해나갔습니다. 빗살무늬 토기를 불에 구워 단단하게 만들어서 음식을 보관하기도 하고, 암석으로 부터 구리 철 은 석영을 추출하여 농기구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인류는 생활에 필수적인 것뿐만 아니라 부를 과시하기 위한 도구를 만들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할 물건도 만들고 영역을 넓히기 위해 무기를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화학적 현상을 이용해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이뤄냈습니다.
이후 세월이 많이 흘러 자신감이 붙은 인류는 납이나 구리 같이 값싼 물질을 금으로 만드는 연금술을 시도합니다. 아쉽게도 금을 얻지 못하였으나 금보다 더 귀한 다양한 과학적 지식과 노하우를 얻었습니다. 1803년 존 돌턴이 원자설을 처음으로 제창하면서 근데 화학을 확립해 습니다. 이후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의 속성을 이해하게 되고 그 원자들이 어떤 식으로 분자를 구성하는지 서로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이해하게 됩니다. 결국 원자와 분자들을 잘 다루게 되면서 많은 물질들을 더 값싸게 더 많이 만들었고 새로운 물질도 거침없이 만들면서 화학은 꽃을 피웠습니다.
시간이 지나 상업도 함께 발달하며 화학적 제품의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합성 물질들 중 플라스틱은 값도 싸고 가공도 쉬워 대부분의 일상용품에 빠지지 않고 사용됩니다. 얼마나 많이 쓰이는 걸까요? 불 켜는 스위치, 샴푸통, 안경, 비닐, 과속방지턱, 페트병 뚜껑, 컴퓨터, 볼펜, 테이프, 투명 우산, 도시락 케이스, 폰 충전기 등 플라스틱이 안 들어간 물질을 찾기 어렵습니다.
플라스틱은 1856년 영국의 과학자 알렉산더 파크스에 의해 처음 개발되었습니다. 하지만 처음 개발된 플라스틱은 너무 비싸고 만드는 데 오래 걸리고 불까지 잘 붙어서 회사가 바로 망해버렸습니다. 이후 미국의 공학자 존 하얏트가 당시 한창 인기 있었던 당구공을 만들어 상업화에 성공했습니다. 그 시절 당구공은 귀한 코끼리 상아로 만들어져 가격이 비쌌습니다. 이후 틀니, 피아노 건반 같은 물건으로 플라스틱의 활용 범위를 확장해서 본격적으로 플라스틱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플라스틱은 원유에서 추출된 원료로부터 만듭니다. 원유의 정제 과정에서 다양한 화학물질들이 추출되는데 이중 몇 가지 원료들을 결합시켜 고분자 화합물로 만든 것이 바로 플라스틱입니다. 원유에서 추출되는 플라스틱의 중요한 원료인 올레핀은 탄소 간 이중 결합 구조를 띄고 있는 화합물로 지방족 불포화 탄화수소를 총칭하며 알켄이라고도 불립니다. 올레핀을 통해 만들어진 플라스틱 여러 일상용품을 포함해서 자동차, 전자, 건설, 제약, 의류 소재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용됩니다.
올레핀의 복분해 반응은 유기화학에서 가장 중요한 반응 중 하나라고 하며 새로운 문제를 합성하는 기회들이 열렸다고 평했습니다. 복분해 반응은 멀쩡히 있던 두 분자의 원자가 서로 바뀌는 신기한 반응입니다. 원인을 밝혀 보니 촉매가 두 분자를 합쳐서 다시 갈라놓는 일을 한 것입니다. 남녀 미팅으로 비유를 들어 보겠습니다. 사이좋은 두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손을 붙잡고 나란히 있습니다. 여기에 금속 촉매라는 녀석이 개입을 해 2대 2 미팅 자리를 만듭니다. 집에 갈 땐 새로운 조합으로 남녀 남녀 짝지어서 헤어지는 것입니다. 화학에선 금속 촉매가 2대 2뿐만 아니라 4대 4 17대 1 등 다양한 화합물을 만듭니다. 이러한 올레핀 복분해 반응을 통해 플라스틱들은 물론이고 C형 간염 치료제와 같은 약까지 개발됐습니다.
우리나라가 원유를 100%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유로부터 나온 재료로 만드는 플라스틱 수요까지 늘어나니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올레핀 생산시설을 전남 여수에 식기로 하였으니 기존의 정유 공정에서 발생하는 LPG, 부생가스 등 다양한 부산물들을 활용할 수 있어 가까운 미래에 한국에서 생산된 올레핀을 활용한 제품들이 우리 생활 곳곳에 녹아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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