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진화할 수 있었던 이유
진화론에 관하여는 이전 글을 읽고 와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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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진화론을 떠올리면 원숭이에서부터 점차 사람이 되어가는 모습을 상상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야생의 원숭이들은 인간이 될 수 있을까요?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진화론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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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비슷한 동물로 무엇이 있을까요? 여러 동물이 있겠지만 침팬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셨을 겁니다. 침팬지의 DNA는 인간의 DNA와 98.7% 일치한다고 합니다. 침팬지와 인간의 다른 부분은 1.23%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침팬지와 인간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다른 동물은 가지고 있지 않은 오직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으로는 뭐가 있을까요?
인간은 두 발로 걸어 다닐 수 있고, 도구를 사용할 수 있으며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상상을 믿을 수 있습니다. 아직 가장 중요한 능력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진짜 특별한 능력은 음식을 요리해 먹는다는 것입니다.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인간은 음식을 익혀 먹고, 심지어 더 맛있게 요리를 해 먹기도 합니다. 인간이 음식을 요리해 먹음으로써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할 수 있었습니다.
인류의 첫 번째 조상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입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침팬지처럼 뇌가 작고 앞면이 돌출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부정한 허리에 툭 튀어나와 있는 배를 보면 겉보기에는 침팬지와 다른 게 없어 보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불룩 튀어나와 있는 배를 주목해 보겠습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배가 튀어 있는 이유는 인간보다 장이 컸기 때문입니다. 장이 큰 이유는 당시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초식동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치아를 보면 자세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치아는 인류의 다음 진화 단계인 호모 에렉투스의 치아와 굉장히 다르게 생겼습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치아는 어금니의 단단한 부분이 크고 대체로 평평했던 반면 호모 에렉투스의 치아는 더 작고 날카롭습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불을 발견한 인류가 아니었기에 육식을 했다면 생고기밖에 먹을 수 없었을 것인데, 평평한 치아로는 불가능합니다. 평평한 치아는 채소나 딱딱한 견과류는 매우 쉽게 으깰 수 있지만, 생고기 같은 경우에는 씹기 어려운 것이지요. 치아의 모양을 통해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초식동물이라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왜 갑자기 육식하기 시작했을까요? 다양한 주장 중 가장 유력한 것은 기후의 변화입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살고 있던 아프리카의 기후는 갑작스레 건조해졌고, 삶의 터전이었던 숲은 점점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생존을 위해 초원으로 나와 동물들을 잡아먹기 시작하며 치아나 생김새가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지요.
육식하게 되면 더는 거친 채소를 갈거나 딱딱한 음식을 으깰 필요가 없어집니다. 대신 고기를 먹어야 하므로 치아가 점점 날카로워졌고, 단백질을 먹으며 체력도 커졌습니다. 이후 호모 에렉투스부터는 불을 다루며 고기를 익혀 먹기 시작했는데, 이로 인해 인류는 더 진화하게 되었습니다. 익힌 음식을 먹음으로써 소화 흡수율이 훨씬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생감자의 세포벽에는 인간이 소화할 수 없는 셀룰로스가 있습니다. 하지만 감자를 익히면 셀룰로스를 가지고 있는 단단한 세포벽이 부서지게 됩니다. 즉, 익히지 않은 감자는 소화하기 어렵지만 익힌 감자는 소화하기 쉬운 형태로 변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같은 음식이라도 익혀 먹게 되면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익힌 음식을 먹게 되면서 소화하기 쉬워지니 소화기관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지며 크기가 작아졌습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가지고 있던 불룩한 배가 잘록하게 변화한 것이지요. 그로 인해 인류는 완벽한 직립보행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익힌 음식을 먹음으로써 인간의 뇌도 커지게 되었습니다. 만약 당신이 지금 생당근을 먹고 있다고 해봅시다. 익히지 않았기 때문에 딱딱하고 씹기도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당근을 충분히 익혀 먹는다면 어떨까요? 부드러워지고 씹기 쉬워질 것입니다. 생채소를 먹을 때는 여러 번 씹어야 하지만 익힌 채소를 먹을 때는 비교적 덜 씹어도 괜찮습니다. 이렇게 음식을 익혀 먹으면서 씹는 데 소모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게 됩니다.
음식을 먹는 과정에서 에너지 소모가 줄었다는 것은 음식으로부터 얻는 에너지가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에너지는 뇌가 발달하는 데 쓰이기 시작하며 크기가 커집니다. 뇌는 인간의 몸무게의 약 2%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쉬고 있을 때도 전체 에너지의 20%가량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음식을 먹는데 에너지를 많이 소모했기 때문에 뇌가 충분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었던 반면, 식습관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뇌가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뇌 크기는 약 500cc이지만 현재 인류의 뇌 크기는 약 1400cc입니다. 인간이 진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음식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