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션 : 화성에서 감자를 키우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
우주에서 제이슨 본의 도킹 실패로 우주선은 터져 버렸고 폭발의 여파로 제이슨 본은 그대로 화성까지 날아갔습니다. 이때 그는 생명체가 자랄 수 없는 척박한 화성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물을 만들고 온실을 만들고 화성의 토양과 똥으로 감자를 키워내며 제이슨 본은 1년 이상을 화성에서 생존했습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요?
감자를 키워 내리면 여러 가지 조건으로 땅과 적절한 상태의 대기와 물이 필요합니다. 와트니에게 가장 시급했던 일은 충분한 양의 산소를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산소가 있어야 호흡은 물론이고 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화성에서 산소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화성의 대기는 95퍼센트 가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화성 기지에서 산소를 분리하는 산소발생기를 통해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화성의 공기는 엷습니다. 화성의 기압은 지구 기압의 1퍼센트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모으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밖에서 공기를 들여오는 일도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와트니는 타이밍 좋게 이산화탄소를 고압 용기에 저장해 놓은 게 있었기에 막사에 연결해 이산화탄소를 시간당 0.5리터씩 10화 성일 동안 125리터를 만들었습니다. 이 이산화탄소를 산소발생기에 넣으면 산소 125리터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실제 우주정거장에서 산소를 공급하는 방법도 다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현재 국제 우주 정거장은 물을 전기로 이용해서 산소와 수소로 분해하고 이산화탄소를 이용해서 다시 물을 만드는 순환 과정을 반복합니다. 자원들을 우주비행사들에게 끊임없이 순환하면서 공급하게 되는 것입니다.
산소를 확보한 와트니는 로켓의 연료 하이드라진과 이리듐 촉매를 이용해 물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물은 H2O로 수소 원자 2개에 산소 원자 하나가 결합되어 있는데, 하이드라진의 화학식은 N2 H4 두 개의 질소가 서로 마주 보고 각 질소가 두 개의 수소를 갖고 있습니다. 와트니는 이리듐 촉매 위에 하이드라진을 배출하여 하이드라진의 질소와 수소의 결합을 끊고 4개의 수소 원자를 발생시켰습니다. 그리고 산소와 결합시켜 물을 만든 겁니다.
쉬운 작업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촉매로 사용했던 이리듐은 12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가공이 가능한 물질이라 영화처럼 작은 불로 만들어내는 것은 어림없고, 영화처럼 감자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300에서 600그람 정도의 수분이 필요한데 와트니가 사용한 방법을 따르면 감자를 키우기 위한 충분한 양의 물을 어깨는 힘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위험합니다. 폭발로 인해서 화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독성이 강한 하이드라진에 중독되어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국제 우주정거장에서는 보다 안전한 방법으로 물을 만듭니다. 지구에서 가져온 물을 정화해서 사용하거나 산소와 수소를 연료 전지로 결합하여 사용합니다.
물과 산소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적절한 토양이지만 화성의 토양은 작물을 키우기에 적절한 상태가 아닙니다. 화성의 토양은 지구의 토양과는 달리 영양분이 전혀 없는 데다가 물이 더 빨리 흡수되고 빠져나가기 때문에 상당히 건조한 상태입니다. 한마디로 극 건성피부 같은데 와트니는 불리한 조건을 해결하기 위해 화성의 토양에 똥을 비료로 사용했습니다. 똥을 사용하면 토양의 성질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고 동시에 물이 빠져나가는 속도를 줄여 줄 수 있습니다. 포장되어 건조된 똥은 박테리아가 없지만 물과 함께 활성 박테리아를 더하면 순식간에 박테리아가 증식합니다.
그런데 화성 토양으로 정말 농작물을 키울 수 있을까요? 2019년 네덜란드의 와게닝겐 대학 연구진은 가상의 화성 토양에 퇴비를 이용해 루콜라 토마토 무 호밀 완두콩 등의 여러 작물을 재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NASA 역시도 인공 토양을 만들어서 토마토나 밀 등의 식물 재배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게다가 화성에는 작물을 키우기에 불리한 점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화성 대기에는 식물 성장에 필수 요소인 질소가 풍부하다는 것도 밝혀졌습니다.
2015년 미 애리조나대 연구진들은 질소가 많은 덕분에 화성과 비슷한 환경에서 고구마와 딸기를 키워낼 수 있다고 발표했고 2014년 화성 사막 연구센터는 화성과 유사한 환경에서 50일간 비교 없이도 토마토 갓류 식물 밀 겨자잎 등을 키울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인체에 해로운 과산화 염소산염이 화성 토양에 있다는 점도 조심해야 하고 평균 온도가 영하 80도에 달하는 낮은 기온 또한 신경 써야 합니다. 자기장도 없어 태양에서 그대로 내리쬐는 살인적인 방사능도 해결해야 합니다. 게다가 감자를 키웠다 하더라도 정말로 안전한가에 대한 논란도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인간의 배설물에는 병원체가 들어있기 때문에 와트니처럼 인간의 변을 거름으로 사용하면 병을 퍼뜨릴 수 있습니다.
화성은 아직 영화처럼 유인 탐사가 된 적이 없기 때문에 진짜로 감자를 키울 수 있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여러 연구를 통해서 가능성이 열리고 있기 때문에 머지않아 유인 탐사 때 화성에서 진짜로 작물을 재배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