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다세계 해석

핀치 2021. 9. 3. 00:00

어벤저스가 과거로 돌아갔을 때 새로운 시간선이 생기면서 새로운 우주가 생겼습니다. 평행우주는 MCU뿐만 아니라 다른 영화에서도 단골 소재입니다. 평행 우주가 그냥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매 순간마다 우주는 갈라지고 있고 하나가 아니라 무한하며 지금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양자역학의 해석 중 다세계에 대한 해석입니다.

 

1. 다세계 해석의 출현

다세계 해석이 처음 등장한 건 1957년 휴 에버렛 3세의 논문 에버렛의 스승 존 휠러는 양자역학을 새롭게 해석해낸 에버렛의 논문에 흥미를 느꼈고 양자역학의 권위자 닐스 보어를 방문해서 에버렛의 논문을 소개합니다. 그러나 보어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당시 양자역학의 주류 학파, 코펜하겐 학파는 아인슈타인, 에르빈 슈뢰딩거 같은 세계 최고 과학자들의 디스를 배우 반박했습니다. 에버렛이 찾아온 이때는 코펜하겐 해석이 주류가 되고 논란이 잠잠해진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에버렛의 다세계 해석은 코펜하겐 해석에서 논란의 중심이었던 양자역학의 측정 문제를 다시 들추게 됩니다. 양자역학의 측정 문제란 무엇일까요? 코펜하겐 해석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미시 세계에서 입자는 존재하는지 모르고 관측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측정하는 순간 존재하며 상자 속에 전자가 있다면 전자는 상자의 모든 곳에 존재하는 중첩 상태에 있다가 상자를 열어서 측정하는 순간 전자의 상태가 확정되고 한 지점에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파동 함수의 붕괴다.

 

그런데 코펜하겐 해석이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측정이란 무엇인지, 측정은 정확히 어떻게 수행되는 것인지, 측정하기 전에는 모르는데 왜 측정을 해야만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는지까지를 코펜하겐 해석은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원래 그냥 그렇다고 얘기할 뿐이었습니다.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다 보니 양자역학에서 코펜하겐 해석에 반발하는 과학자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코펜하겐 학파를 공격했던 슈뢰딩거와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과학자들은 미시 세계에서 벌어지는 불확정성과 관측, 중첩 같은 현상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2. 다세계 해석의 내용

에버렛의 다세계 해석은 코펜하겐 해석의 측정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관측은 순간 파동 함수가가 붕괴돼서 세상에 확정된다는 것을 증명하길 원했습니다. 양자역학의 근본이 되는 슈뢰딩거의 파동 방정식에도 파동 함수의 붕괴를 암시하는 수학적 변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파동 암수가 붕괴되면서 세상이 확정되는 게 아니라 측정할 때마다 파동 함수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따라 움직이고 그에 따라 나올 수 있는 결과만큼 우주는 여러 개로 갈라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Photo by israel palacio on Unsplash

이중 슬릿 실험

이중 슬릿 실험에서 전자는 측정하지 않으면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나고, 전자의 상태를 측정하면 2개의 구멍 중에 하나의 구멍만을 지납니다. 기존 해석에서는 측정했을 때 전자가 오른쪽 구멍을 지났다면 전자가 왼쪽 구멍을 지나는 우주는 존재하지 않고 전자가 왼쪽 구멍을 지났다면 전자가 오른쪽 구멍을 지난 세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냥 그랬더라면 어땠을까? 는 가정 중에 하나로 남게 될 뿐입니다.

 

그런데 다 세계 게 해석의 주장은 조금 다릅니다. 다세계 해석에 따르면 우리가 전자의 상태를 측정하는 순간 우주는 전자가 오른쪽으로 지나간 우주, 왼쪽으로 지나간 우주 이렇게 두 가지 우주로 나뉜다고 합니다. 중첩의 두 가지 가능성은 모두 실재하고 우주가 갈라져서 두 가지 사건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측정 후에도 전자가 오른쪽으로 지나갔던 왼쪽으로 지나갔던 세계는 하나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몸이나 세상의 모든 것을 잘게 계속해서 나누다 보면 결국에는 원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이중 슬릿 실험을 관측하고 있는 사람 역시 원자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양자역학의 지배를 받습니다. 다세계 해석은 이중 슬릿 실험에서 관측하기 전까지는 입자는 물론이고, 관측자까지 포함해서 중첩 상태가 된다고 합니다. 그다음에 측정했을 때 세계는 둘로 나뉜다고 합니다. 이렇게 관측자까지 같이 중첩돼있다가 입자를 측정함과 동시에 세계는 둘로 나뉘게 되니까 관측자 입장에선 세상이 나뉜다는 사실을 알 수가 없고 체감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렇게 관측이 일어난 다음에는 또다시 중첩 상태가 이어지고 중첩 상태들은 결 어긋남으로 인해서 세계는 끊임없이 분리되고 태어난다고 합니다. 다세계 해석에 따르면 이런 중첩 상태의 입자 운동을 슈뢰딩거 방정식을 따라 진행하는 ‘유니 타리 진행’이라고 하고 입자가 측정될 때마다 우주는 선택지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나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유니 타리 진행에서 측정, 유니 타리 진행이 반복되면서 우주가 무한에 가깝게 계속해서 나뉜다고 합니다.

 

다세계 해석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여러분들이 말하는 붕괴니 확률이니 하는 것들은 모두 관측 자라는 존재가 자신의 양자 상태를 이해하려고 할 때 생기는 허상 같은 겁니다. 아마 머릿속에 의문이 가득할 것입니다. 양자역학의 아버지 닐스 보어 역시 반응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어이없는 소리 다신 하지 말라면서 에버렛의 다세계 해석을 무시했죠. 에버렛의 다세계 해석은 그렇게 대학원생들의 수많은 논문들 중 하나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오랜 시간이 지나서 코펜하겐 해석에 또다시 의문이 제기됩니다. 코펜하겐 해석처럼 세상이 확률로 정해진다면 세계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가능성을 선택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옛날 자료들을 찾아보다 묻혀있던 다세계 해석이 다시 논의되기 시작합니다. 다세계에 해석은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직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측정 문제에 대해서 복잡한 이론을 도입하지 않아도 되고 관측할 때마다 우주가 새로 갈라진다. 그냥 우주는 슈뢰딩거 방정식의 따라서 유니 타리 진행한다.

 

이렇게 단순 명쾌한 설명을 통해서 문제를 간단히 피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현대 물리학자들은 다세계 해석을 지지합니다. 다세계 해석은 평행우주 세계관을 다루는 마블 DC를 비롯한 여러 미디어 덕분에 양자역학의 해석 중에 대중들에게 가장 유명한 이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