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없는 우주선이 가능할까?
영화 마션에서 마크 와트니는 MAV를 타고 우주로 향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MAV는 원래 화성적외도에서 도킹하도록 설계되었는데 헤르메스호는 저궤도까지 내려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크 와트니는 조금이라도 더 높은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MAV의 무게를 5000kg이나 줄였습니다.
무게를 줄이는 방법으론 보급품을 빼고, 좌석들과 창문도 떼어버리고, 운전도 헤르메스호가 원격으로 하니까 제어패널까지 떼어버립니다. 마지막으로 우주선 뚜껑도 다 떼고 기지에서 가져온 천막으로 대신했습니다.
화성 궤도 탈출에 필요한 속도는 초속 5km입니다. 이정도 속도는 화성에 대기량이 아무리 적다고 해도 대기에 의한 마찰이나 풍압 때문에 인간이 맨몸으로 버티기에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트니는 멀쩡하게 우주로 올라가서 헤르메스호까지 도착합니다.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미국의 항공 우주 학자 로버트 주브린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주선의 속도로 인해 대기가 와트니에게 위험 요소가 되기 이전에 화성대기권을 탈출하는 것이 관건이다. 처음부터 12G의 가속력으로 상승하면 와트니의 신체가 버티지 못할것이고 대기에 의한 마찰로 우주선이고 와트니이고 다 타 버릴 거다.
해결방안은 생각보다 쉬웠습니다. 우주선의 가속도를 조절해 가면서 우주로 향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1G 정도의 가속도로 천천히 올라가 초당 1km/s의 속도라면은 와트니처럼 뚜껑 없이도 화성 50km상공까지 올라가는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화성의 대기가 희박해지는 높이까지 올라간 이후부터는 훨씬 빠른 속도로 가속하여 총 12G의 탈출 가속도로 화성을 빠져 나오면 됩니다. 물론 이것은 이론적인 계산입니다. 현재까지는 화성의 고도에 따른 대기 구성까지 정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기에 실제로 가능한지는 화성에 직접 가서 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와트니는 필요없는 부품을 다 빼버린 MAV를 타고 기존에 설계된 것보다 높은 궤도까지 올라갔지만 헤르메스하고 와트니의 거리는 너무 멀었습니다. 이 때 와트니는 우주 한복판에서 슈트 손 부분에 구멍을 내고 손에서 빠져나오는 공기의 힘을 이용해서 마치 아이언맨처럼 날아갑니다. 위험천만해 보이는 아이언맨 작전이 실제로 가능한 것일까요? 우주선에 구멍을 뚫으면 공기가 빠져나가 숨막혀 죽거나, 차가운 우주공간의 온도 때문에 얼어 죽지 않을까요?
전문가들은 실제로는 방향 조절도 어렵고 추진력도 그만큼 내기 어렵다고 합니다. 우주에서는 작용 반작용의 법칙에 의해 이동이 가능한데, 와트니의 몸무게와 우주복의 무게를 생각한다면 실제로 공기가 이동해서 와트니를 이동시켜 주기 어렵다 합니다. 상당량의 공기가 빠른 속도로 나와야 하지만 공기는 가볍기에 영화에서 나오는 것만큼 추진력을 내기가 어려운 것이지요. 또한 우주복에 구멍이 뚫리게 되면 그 부분의 살이 빠져 나와서 구멍을 막게 된다고 합니다.
와트니의 우주선과 헤르메스호의 거리가 너무 멀었을 때 헤르메스호의 선원들은 기지를 발휘합니다. 헤르메스호의 에어로크를 폭발 시켜서 그 추진력을 이용했습니다. 설탕과 액체 산소를 이용하여 폭발시켰는데, 우리가 요리할 때 자주 사용하는 설탕은 평소에는 잘 타지 않지만 설탕 입자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산소와의 접촉면적이 증가해 보다 잘 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연소성을 가진 액체 산소와 섞어 조명 패널을 트리거로 활용해 불을 붙일 수 있습니다. 설탕은 1kg 당 1670만 J의 열량을 내는데 이것은 다이너마이트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입니다.
만약 폭탄을 너무 세게 만들어서 폭발이 크게 일어 났다면 우주선은 에어로크와 함께 연쇄적으로 폭발 했을 겁니다. 하지만 헤르메스호의 승조원들은 에어로크 안쪽에 구멍만 낼 정도로 적당한 힘의 폭발물을 설치했고 우주선의 다른 부위에는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했습니다. 구멍이 작든 크든, 에어로크의 공기가 빠져나가는 시간만 다른 것이지 얻을 수 있는 운동량의 총 합은 같습니다. 게다가 헤르메스호의 승조원들은 에어로크를 봉쇄하고 혹시 모를 위협에 대비해서 다른 모든 공간들도 봉쇄해둔 상태였습니다. 이렇게 헤르메스호는 에어로크만 터트리면서 추진력을 얻을 수 있었고, 와트니와의 거리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