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우주에 소리가 없는 이유

핀치 2021. 8. 25. 06:49

영화 그래비티의 인트로에서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지구 상공 600km의 온도는 영하 100도와 영상 125도를 넘나 든다. 우주에선 소리를 전달해 줄 것이 아무것도 없으며 기압이 없고 산소도 없다. 우주에서 생존은 불가능하다. 영화 그래비티는 우주 한가운데서 벌어지는 재난을 통해 우주 공간에 가혹한 환경을 관객들에게 체험시켜 줬습니다. 우주 공간은 어째서 생명의 가혹한 환경인 걸까요? 우주 공간엔 왜 중력 또 공기도 소리도 없는 걸까요?

 

지구 상공 600km 는 국제 우주정거장 허블 우주 망원경 인공위성들이 지구를 맴돌고 있는 지점입니다. 대기권 구분에 따르자면 열권입니다. 그중에서도 외기권과의 경계인 열권 계면의 고도입니다. 이 부분의 기온 차가 극심한 건 이곳에 공기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낮에는 적게나마 남아 있는 산소와 질소 입자가 높은 에너지를 가진 태양 복사열을 그대로 흡수하기 때문에 온도는 급격히 상승합니다. 하지만 밤에는 이런 에너지를 받지 못하니까 온도가 또다시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기압이 정말 낮은 달이나 화성의 일교차가 극심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래서 허블 우주 망원경, 국제 우주정거장, 그리고 인공위성들은 이런 혹독한 환경에 대비한 장치들이 있고, 우주복 역시도 극고온 극저온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기 위해서 특별한 장치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렇게 극도로 낮은 온도, 극도로 높은 온도의 우주의 맨몸으로 있겠다고 해도 냉동 인간이 되거나 통구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기의 밀도가 너무 낮으므로 사람의 몸에 열전달을 해 줄 매질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구 상황으로 가정하자 면은 100도의 물에 손을 넣으면 바로 화상을 입겠지만 100도의 건식 사우나에 들어간다고 해도 화상을 잘 입지 않는 것하고 같은 원리입니다.

 

물론 태양 복사 에너지는 우주에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에 위험한 것은 사실입니다. NASA에 따르면 사람이 맨몸으로 우주 공간에 노출되면 10초 전후로 자외선으로 인한 화상이 생긴다고 합니다.

 

Photo by Jilbert Ebrahimi on Unsplash

 

영화 그래비티에서는 우주 쓰레기 때문에 우주선이 부서지고, 터지고, 날아오는 파편이 박히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박살이 났습니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는 최소한의 효과음 외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소리는 공기와 같은 매질의 진동을 통해 전파되는 파동입니다. 지구에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도 공개 떨림이 우리의 귀로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주 공간은 어떤 매질도 없이 텅텅 비어 있는 공간입니다. 우주에는 소리라는 파동을 전달해줄 매개체가 전혀 없으므로 우주에선 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주 한 가운데 있는 우주선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대화하는 걸까요? 우주선 안에 공기라는 매질이 있어서 소리가 전달되고 대화가 가능한 겁니다. 우주 한가운데서 우주복 하나 걸치고 날아다녀도 서로 대화가 통하는 이유 역시 우주복 안에 공기가 있고 통신 시스템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우주에는 공기가 없으니까 소리를 절대 들을 수 없는 걸까요?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물체의 상태나 종류에 따라 소리가 전달되는 정도는 다릅니다. 공기뿐만 아니라 물, 나무, 실 등의 다른 물체도 매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릴 적 다들 해봤던 실 전화기도 이런 원리입니다.

 

천체가 방출하는 전파 등을 첨단 기기를 이용하여 소리로 변환해서 듣는 건 가능하다고 합니다. 마치 자외선이나 엑스선 망원경으로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빛을 보는 것하고 비슷한 것입니다. NASA는 지난 2017년 우주를 떠도는 전자기파를 모은 다음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변형했습니다. 카시니 우주탐사선이 보내온 토성의 소리, 보이저호가 송출한 목성의 번갯불 소리, 성간 플라스마 소리 등 굉장히 흥미로운 소리들이 많습니다.

 

Photo by Jeremy Thomas on Unsplash

 

우주는 어째서 공기가 없는 진공 상태일까요? 우주에 중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중력은 고체 나 액체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공기 같은 기체도 적용됩니다. 지구의 하늘에도 지구가 중력으로 대기를 붙잡기 때문에 대기층이 있습니다. 이처럼 공기가 있으려면 공기를 잡아둘 중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주는 무중력 상태이기 때문에 특정 공간에 공기를 가둘 수가 없습니다. 물론 우주에 대기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존재한다고 해도 그 양이 너무나도 희박하고, 그나마도 대부분은 공기는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최근에는 우주 공간이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등 인류가 관측할 수 없는 물질로 가득 차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이 주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는 하지만 암흑물질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확인된 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