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가르강튀아와 웜홀
블랙홀과 테서렉트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얼음 행성에서 빠져나온 쿠퍼 일행은 인듀어런스호와 도킹을 완료합니다. 그다음에 쿠퍼는 자신을 희생하면서 블랙홀 속으로 떨어지죠. 죽음을 각오하고 들어간 블랙홀 속에는 고차원의 공간 태서렉트가 있었습니다. 테서렉트는 어째서 블랙홀 안에 들어있었을까요?
블랙홀의 특이점은 무한대의 중력을 가졌고, 빛을 포함한 모든 물질은 이 특이점에서 빠져나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론에 따르면 이 블랙홀의 특이점은 물리적인 웜홀의 역할을 하고 상위 차원으로 가는 통로가 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는 블랙홀 안에 테서렉트가 있었다기보다는 상위 차원 테서렉트로 들어가는 입구가 바로 블랙홀이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사람이 맨몸으로 우주복만 입고 블랙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까요? 보통의 블랙홀은 맨몸으로 뛰어들게 되면 몸이 스파게티처럼 늘어난 다음에 조각조각 끊어지고, 원자 혹은 그것보다 작은 입자로 압축되고 분해된 다음에 죽게 되는데, 블랙홀의 질량이 엄청나게 크다면 블랙홀 코앞까지 우주선을 몰고 가는 것도 사람이 다가가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이 영화에서 블랙홀 바로 앞에 행성이 있었던 것도 우주선이 박살 나지도 않고 쿠퍼가 스파게티처럼 갈라져 죽지 않은 것도 블랙홀 가르강튀아가 막대한 크기의 질량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설정에 따르면 태양 질량의 약 1억 배 수준이라고 합니다. 영화니까 대충 보고 넘어가는 것이 아닌 철저하게 과학적인 고증을 거친 연출이라는 것입니다.
밀러 행성의 중력은 지구하고 거의 비슷한데 어떻게 파도가 그렇게 클 수 있을까요? 밀러 행성은 상당한 양의 물이 지표면을 덮고 있는 바다 행성입니다. 수심은 겨우 무릎 높이 밖에 안 되는 수준이었는데 파도는 말도 안 될 정도로 높았습니다. 쿠퍼하고 브랜드 박사는 처음에 산으로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영화 설정상 파도의 높이는 최소 1km입니다. 얕은 수심의 초거대 파도는 지구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현상이지요.
이런 현상은 블랙홀 가르강튀아의 중력 때문입니다. 지구에서 일어나는 파도와 조수간만의 차는 달의 중력이 만듭니다. 밀러 행성 바로 앞에 엄청나게 강한 중력을 가진 가르강튀아가 있다면 파도가 높이 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리학자 킵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밀러 행성이 가르강튀아에 완전히 고정되어 있지 않고 오른쪽 왼쪽으로 반복적으로 흔들리기 때문에 이 행성엔 흔들리면 주기인 1시간마다 초거대 파도가 몰려온다. 수심이 이렇게 얕은데도 초거대 파도가 일 수 있었던 건 행성 대부분의 물이 그 파도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초거대 블랙홀 가르강튀아에는 왜 고리가 달려 있을까요? 우리가 평소에 알고 있었던 블랙홀의 이미지와는 달랐습니다. 블랙홀 주위에는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블랙홀에서 빠져나가지도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지도 않고 영원히 맴돌고 있는 광자들의 집합입니다. 그리고 사건의 지평선 외부에 강력하게 착하고 붙어 있는 원반 모양의 먼지 소용돌이 집합이 있습니다. 이른바 강착 원반. 강착 원반은 회전하는 가스 간의 마찰력 때문에 막대한 에너지가 발생하며 빛나기에 상당히 신비로운 느낌을 줍니다.
웜홀
쿠퍼 일행은 미래 인류가 만들어 놓은 웜홀을 타고 100억 광년 떨어진 우주에 도착합니다. 사과 표면에 한 벌레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벌레가 사과 정반대로 가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사과의 중심을 뚫어 버리는 것입니다. 웜홀도 같은 이치입니다. 서로 다른 공간 사이를 사과처럼 뚫어 버려서 지름길을 만드는 거죠.
물리학자 킵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청난 양의 질량과 음의 질량을 가진 물질이 있으면 서로 다른 시공간을 연결하는 웜홀을 만들 수 있다. 이론 대로라면 인류는 수백억 광년 떨어진 고까지 우주 광복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웜홀은 이론적으로 존재한다는 가능성만 확인됐을 뿐이고, 실제로는 아직 관측되지도 않았고, 실험적인 근거도 없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론상으로는 아직 문제도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웜홀의 벽은 너무 빨리 붕괴하기 때문에 그 어떤 걷고 통과할 수 없습니다.
웜홀을 통과하려면 웜홀의 벽을 유지해주는 특정 매개가 필요한데, 웜홀을 발견하지도 못했는데 현대 인류가 이걸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이 때문에 영화 속에서는 미래의 인간들이 웜홀을 만들었고, 이것을 계속해서 유지해왔다는 설정이 추가됐습니다.